성명/논평[여성칼럼]빛의 항쟁으로 다시 만난 세계의 주인은 우리!

관리자
202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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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은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이자 경남여성연대 대표가 경남일보에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 5·18광주의 사진첩을 보고 가진 물음에 간절하게 그렇다고 답하고 싶었다. 12·3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하루 아침에 날벼락처럼 떨어져 많은 사람들을 45년 전의 한국을 떠올리게 하며, 긴장과 불안 속에 밤을 지새우게 했다. 그 와중에 국회로 달려간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은 총을 든 계엄군을 맨 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반국가세력은 다수의 국민들이었고, 그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우리는 똑똑히 확인했다.


매일 밤 진행되는 촛불 집회는 점점 시민들이 늘어만 갔고, 계엄령 선포에 일상이 흔들린 시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박근혜 퇴진 촛불은 꺼지지 않는 응원봉으로, 5·18 광주의 주먹밥은 선결제로 이어져 커피와 음료 나눔으로 전승됐다. 집회 현장에 앉아 있는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존중하며, 비판적인 성찰을 하게 됐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변혁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성찰적 분노는 윤석열 탄핵 가결로 이어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며 농민들은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를 이끌고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출발해 서울로 행진을 이어갔는데, 남태령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혔다. 서울경찰청은 교통 불편의 이유로 농민들의 시위를 막았고, 트랙터의 유리를 부수기까지 했다. 연행을 각오한 농민들의 투쟁 소식에 수 천명의 시민들이 남태령으로 달려갔고, 밤샘 집회를 이어가는 과정에 같이 싸우자는 의지를 다지는 자유발언을 이어가며 노래를 부르고 “차 빼라” 구호를 외쳤다. 수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 중계를 보면서 잠 못 이루고, 먹거리를 배달시키고, 난방 버스를 보내기도 했다. 남태령 대첩은 28시간의 대치 끝에 농민과 시민들의 힘으로 승리했고, 트랙터는 서울 도심으로 행진하여 한남동 윤석열 관저 앞에서 마무리 됐다.


나쁜 권력은 압도적인 폭력으로 국민을 옥죄이려 했지만 이번에도 우리는 폭력의 반대편에 서서 보란 듯이 질서를 지키며 품격있게 대항했다. 정치인들보다 시민들이 훨씬 품위 있게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순간이다.


광장에서 만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본다. 특히 청년 여성들의 용기와 참여가 돋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성평등 정책 폐지, 교과서에서 성평등 삭제 등 성차별을 줄이지 않겠다는 국가 정책은 일반 기업에서도 채용이나 승진, 출산이나 육아휴직 제도에 성차별을 유지, 심화하는데 영향을 미쳐왔다. 빈번해지고, 잔인해지는 젠더폭력에 대해 국가는 관심이 없고, 제대로 대응할 의지도 없어 보이니 여성들의 분노는 점점 차올랐다. 그녀들은 무섭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참여한다고 말한다. 여성의 눈으로 보이는 억압과 차별에 대한 공감은 광장으로 연결돼 응원봉으로 눈부시게 빛난다. 여성들은 아닌건 아니라고 말하는 페미니즘을 몸소 실천하며, 부정의에 대한 정치적 책임감으로 연대와 실천을 이어갔다.


이 심각했던 사회적 위기 속에서 우리는 정치적인 각성으로 다시 만난 세계의 주인이 되고 있다. 불의에 맞서 용기 내어 행동했던 수많은 열사들과 민중들이 지켜온 우리의 역사를 이어받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미래를 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광장에서 우리를 억압하는 것에 대해 무엇이 그 뿌리이고, 그 억압으로부터 누가 이익을 얻는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행해져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성찰해야한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설득, 타협, 조정하고, 합의하며 결정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깨어 있는 우리 시민들이 끝까지 사회대개혁을 위한 발걸음에 함께 머리 맞대고, 소리내고, 외칠 것이다.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진리를 위해 싸우는 우리가 될 것이다.


출처 : 경남일보(https://www.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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