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발표를 환영하며
- 7년의 공백을 넘어 실질적인 임신중지 권리 보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지난 9월 16일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 의료체계 안에 정식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이다. 정부는 현재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인 임신중지 약물을 2027년 1분기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여성연대는 뒤늦게나마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 의료체계 안으로 도입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발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여성들의 오랜 싸움이 있었다.
2016년 검은 시위를 비롯해 거리와 광장에서 여성들은 더 이상 임신중지를 범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2017년에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및 도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23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거리에서, 법정에서, 국회 앞에서 여성들은 한결같이 요구해왔다. 임신중지를 범죄의 영역이 아니라 보건의료의 영역에서 다룰 것,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전한 의료서비스와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 그리고 안전성이 검증된 임신중지 약물을 국내에 도입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 오랜 싸움은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라는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 등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2020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회의 대체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처벌조항의 효력이 사라진 뒤에도 임신중지를 안전하게 보장할 의료체계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그 결과 여성들은 오랫동안 ‘처벌받지는 않지만 제대로 보장받지도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정식 허가된 임신중지 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약물이 음성적으로 유통됐고, 안전하고 정확한 의료정보와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운 현실도 계속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24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지속된 정책 공백을 지적하며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의 보편적 제공과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정부에 권고했다.
따라서 이번 임신중지 약물의 제도권 도입은 단순히 하나의 의약품이 새롭게 허가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임신중지를 처벌과 음성화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가 안전성과 접근성을 책임져야 할 보건의료의 영역으로 옮겨가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과 삶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권리를 요구해 온 여성들의 오랜 투쟁이 만들어낸 변화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임신중지 권리의 완전한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현재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인 약물은 임신 63일, 즉 9주 이내 사용으로 신청돼 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12주 미만에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이용한 약물적 임신중지 과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가관리할 수 있는 선택지를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향후 의학적 근거와 국제적 기준에 따라 안전한 이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도입 초기 2년 동안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할 계획이다. 안전한 도입과 관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의 여성이나 청소년, 저소득층 등에게 또 다른 접근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약의 도입만큼 중요한 것은 누구나 필요한 때에 실제로 약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임신중지 약물이 도입되더라도 높은 비용 때문에 이용할 수 없다면 의료접근권의 격차는 그대로 남게 된다. 임신중지 약물뿐 아니라 진료와 검사, 사후관리까지 포함해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건강보험 적용 등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청소년의 접근권과 비밀보장 문제 역시 중요하다. 보호자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기 어려운 청소년을 비롯해 누구도 가족관계나 경제적 조건, 거주지역 등을 이유로 필요한 의료서비스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임신중지와 관련한 법적·제도적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지만 약물 하나의 허가만으로 지난 7년의 공백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정보 제공과 의료인의 교육 및 진료지침 마련, 건강보험 적용,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청소년을 비롯한 의료접근 취약계층의 권리 보장, 임신중지 전후의 충분한 의료지원까지 종합적인 임신중지 의료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2017년 23만 명의 국민청원에서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그리고 2026년 임신중지 약물의 제도권 도입까지, 변화의 중심에는 자신의 몸과 삶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권리를 요구해 온 여성들의 끈질긴 목소리와 행동이 있었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환영한다.
그리고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요한 누구나 차별과 낙인 없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보건의료서비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더 미루지말고, 임신중지 약물의 안전하고 신속한 도입과 함께 건강보험 적용과 의료접근성 보장,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 실질적인 임신중지 권리 보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2026년 9월 22일
전국여성연대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발표를 환영하며
- 7년의 공백을 넘어 실질적인 임신중지 권리 보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지난 9월 16일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 의료체계 안에 정식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이다. 정부는 현재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인 임신중지 약물을 2027년 1분기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여성연대는 뒤늦게나마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 의료체계 안으로 도입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발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여성들의 오랜 싸움이 있었다.
2016년 검은 시위를 비롯해 거리와 광장에서 여성들은 더 이상 임신중지를 범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2017년에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및 도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23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거리에서, 법정에서, 국회 앞에서 여성들은 한결같이 요구해왔다. 임신중지를 범죄의 영역이 아니라 보건의료의 영역에서 다룰 것,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전한 의료서비스와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 그리고 안전성이 검증된 임신중지 약물을 국내에 도입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 오랜 싸움은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라는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 등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2020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회의 대체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처벌조항의 효력이 사라진 뒤에도 임신중지를 안전하게 보장할 의료체계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그 결과 여성들은 오랫동안 ‘처벌받지는 않지만 제대로 보장받지도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정식 허가된 임신중지 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약물이 음성적으로 유통됐고, 안전하고 정확한 의료정보와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운 현실도 계속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24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지속된 정책 공백을 지적하며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의 보편적 제공과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정부에 권고했다.
따라서 이번 임신중지 약물의 제도권 도입은 단순히 하나의 의약품이 새롭게 허가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임신중지를 처벌과 음성화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가 안전성과 접근성을 책임져야 할 보건의료의 영역으로 옮겨가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과 삶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권리를 요구해 온 여성들의 오랜 투쟁이 만들어낸 변화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임신중지 권리의 완전한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현재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인 약물은 임신 63일, 즉 9주 이내 사용으로 신청돼 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12주 미만에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이용한 약물적 임신중지 과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가관리할 수 있는 선택지를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향후 의학적 근거와 국제적 기준에 따라 안전한 이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도입 초기 2년 동안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할 계획이다. 안전한 도입과 관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의 여성이나 청소년, 저소득층 등에게 또 다른 접근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약의 도입만큼 중요한 것은 누구나 필요한 때에 실제로 약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임신중지 약물이 도입되더라도 높은 비용 때문에 이용할 수 없다면 의료접근권의 격차는 그대로 남게 된다. 임신중지 약물뿐 아니라 진료와 검사, 사후관리까지 포함해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건강보험 적용 등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청소년의 접근권과 비밀보장 문제 역시 중요하다. 보호자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기 어려운 청소년을 비롯해 누구도 가족관계나 경제적 조건, 거주지역 등을 이유로 필요한 의료서비스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임신중지와 관련한 법적·제도적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지만 약물 하나의 허가만으로 지난 7년의 공백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정보 제공과 의료인의 교육 및 진료지침 마련, 건강보험 적용,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청소년을 비롯한 의료접근 취약계층의 권리 보장, 임신중지 전후의 충분한 의료지원까지 종합적인 임신중지 의료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2017년 23만 명의 국민청원에서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그리고 2026년 임신중지 약물의 제도권 도입까지, 변화의 중심에는 자신의 몸과 삶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권리를 요구해 온 여성들의 끈질긴 목소리와 행동이 있었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환영한다.
그리고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요한 누구나 차별과 낙인 없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보건의료서비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더 미루지말고, 임신중지 약물의 안전하고 신속한 도입과 함께 건강보험 적용과 의료접근성 보장,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 실질적인 임신중지 권리 보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2026년 9월 22일
전국여성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