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학교 목록이야. 한번씩 봐줘” 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여기저기 10대 여성들의 자구책이 퍼지고 있다. 수많은 여성 청소년들은 불안에 떨며, 자신의 SNS계정을 탈퇴하거나,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서로 다른 이미지를 하나로 합성하는 기술을 말한다. SNS에 공유된 내 사진이 재료가 되어 딥페이크로 음란물과 합성한 사진과 영상이 만들어져 유포되는 디지털 성범죄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남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다. 범죄의 대상은 10대 여성을 비롯한 주로 여성들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시정을 요구한 딥페이크 범죄가 2020년 470여건에서 2023년 7100여건으로 3년새 15배 증가했다. 피해자들은 불특정한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볼까 노심초사하고, 무엇보다 아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에 충격을 받는다. 불신과 불안을 안고 일상이 파괴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SNS에 얼굴 사진을 게시할 수 있는 자와 게시할 수 없는 자로 나눠지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의 기본값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는 확대 재생산될 것이라 예견했지만 그 이후 대책은 별반 없다. 그 결과 엄청난 디지털 성범죄가 또 다른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수많은 가해자들의 ‘호기심으로 해봤다’는 변명은 이제 그만 보도해야 한다. 장난의 대상이 왜 여성의 알몸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지인능욕’이라는 이름으로 유포되는 디지털 합성사진의 목적은 상대의 정체성과 인권을 훼손시키고, 명예를 실추시키겠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이는 심각한 협박과 폭력이다.
오랜 기간 남성이 저질러 온 성범죄는 호기심과 장난으로 보호받아왔다. 중학생 시절, 하교길에 남학교의 중학생 무리가 지나가며 나의 가슴을 움켜쥐고 지나가도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었고, 너무 놀라 소리칠 수도 없었다. 오히려 나부터 검열하고, 긴장 속에서 내 몸을 지켜야 했다. 여성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차별과 분노, 성적불쾌감과 괴롭힘의 심각성에 귀 기울이는 경험보다, 남성들은 성적 호기심이 많아 그저 장난으로 한 행위라는 가해자에 대한 두둔을 우선 들어야 했다. 이렇게 가해자 편에서 대변하는 이가 많다 보니, 여성들은 별일 아닌 것을 내가 예민한가 반문해야만 했다.
단언컨대 타인의 사진을 나체 사진과 합성하여 유포하는 행위는 강력범죄다. 본인은 피해 대상이 될 것이라 상상하지 않아도 되고, 팔리지도, 유포되지도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이들이 직접 가해자가 되거나 방관하며 디지털 성폭력을 재생산하고 있다. 일상을 포르노로 만든 불법 촬영물에 이어, 여성의 몸 그 자체가 온라인의 도구가 되어 유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젠더폭력의 방식이 변형되었을 뿐 그 본질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들만 긴급히 예방교육을 실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어떤 집단인지 질문해야 한다. 범죄가 가능한 구조를 펼쳐놓고, 성인들은 이미 범죄에 가담하고 있으면서 청소년들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줄곧 해온 해결방식이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여성의 몸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상품이 되어 매매되고, 능욕이 되는 사회구조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를 일으킨 나쁜 남성들만 처벌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또 다른 젠더폭력이 양산될 것이다. 국가의 강력한 대처로 디지털 성범죄를 막아나서야 한다. 텔레그램의 수사 비협조 시 앱 스토어에서 앱을 삭제하고, 수사를 위한 기술적 조치 개발 및 전문인력배치 등 피해자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는 방법이 없다는 말은 접어두고 근원적인 해결방안 마련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 여성칼럼은 경남일보에 게시된 경남여성연대 전옥희 대표의 글입니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학교 목록이야. 한번씩 봐줘” 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여기저기 10대 여성들의 자구책이 퍼지고 있다. 수많은 여성 청소년들은 불안에 떨며, 자신의 SNS계정을 탈퇴하거나,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서로 다른 이미지를 하나로 합성하는 기술을 말한다. SNS에 공유된 내 사진이 재료가 되어 딥페이크로 음란물과 합성한 사진과 영상이 만들어져 유포되는 디지털 성범죄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남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다. 범죄의 대상은 10대 여성을 비롯한 주로 여성들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시정을 요구한 딥페이크 범죄가 2020년 470여건에서 2023년 7100여건으로 3년새 15배 증가했다. 피해자들은 불특정한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볼까 노심초사하고, 무엇보다 아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에 충격을 받는다. 불신과 불안을 안고 일상이 파괴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SNS에 얼굴 사진을 게시할 수 있는 자와 게시할 수 없는 자로 나눠지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의 기본값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는 확대 재생산될 것이라 예견했지만 그 이후 대책은 별반 없다. 그 결과 엄청난 디지털 성범죄가 또 다른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수많은 가해자들의 ‘호기심으로 해봤다’는 변명은 이제 그만 보도해야 한다. 장난의 대상이 왜 여성의 알몸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지인능욕’이라는 이름으로 유포되는 디지털 합성사진의 목적은 상대의 정체성과 인권을 훼손시키고, 명예를 실추시키겠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이는 심각한 협박과 폭력이다.
오랜 기간 남성이 저질러 온 성범죄는 호기심과 장난으로 보호받아왔다. 중학생 시절, 하교길에 남학교의 중학생 무리가 지나가며 나의 가슴을 움켜쥐고 지나가도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었고, 너무 놀라 소리칠 수도 없었다. 오히려 나부터 검열하고, 긴장 속에서 내 몸을 지켜야 했다. 여성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차별과 분노, 성적불쾌감과 괴롭힘의 심각성에 귀 기울이는 경험보다, 남성들은 성적 호기심이 많아 그저 장난으로 한 행위라는 가해자에 대한 두둔을 우선 들어야 했다. 이렇게 가해자 편에서 대변하는 이가 많다 보니, 여성들은 별일 아닌 것을 내가 예민한가 반문해야만 했다.
단언컨대 타인의 사진을 나체 사진과 합성하여 유포하는 행위는 강력범죄다. 본인은 피해 대상이 될 것이라 상상하지 않아도 되고, 팔리지도, 유포되지도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이들이 직접 가해자가 되거나 방관하며 디지털 성폭력을 재생산하고 있다. 일상을 포르노로 만든 불법 촬영물에 이어, 여성의 몸 그 자체가 온라인의 도구가 되어 유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젠더폭력의 방식이 변형되었을 뿐 그 본질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들만 긴급히 예방교육을 실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어떤 집단인지 질문해야 한다. 범죄가 가능한 구조를 펼쳐놓고, 성인들은 이미 범죄에 가담하고 있으면서 청소년들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줄곧 해온 해결방식이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여성의 몸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상품이 되어 매매되고, 능욕이 되는 사회구조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를 일으킨 나쁜 남성들만 처벌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또 다른 젠더폭력이 양산될 것이다. 국가의 강력한 대처로 디지털 성범죄를 막아나서야 한다. 텔레그램의 수사 비협조 시 앱 스토어에서 앱을 삭제하고, 수사를 위한 기술적 조치 개발 및 전문인력배치 등 피해자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는 방법이 없다는 말은 접어두고 근원적인 해결방안 마련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