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0.72명에 그쳤던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올해 0.6명대로 예상된다. 한 서울시의원은 케겔운동을 전 국민이 진행해 자궁과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저출생을 극복하자는 ‘쪼이고 댄스’ 캠페인을 제안하며 댄스와 체조를 결합한 율동을 장려했다. 서울시는 정관 복원 수술비 지원하겠다며 아이 하나 더 낳기 제안을 벌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는 남녀간 발달 속도차이를 고려해 여아를 1년 조기 입학시키면 적령기 남녀가 서로 더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돼 출생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제안을 들으며 눈과 귀를 의심했다. 정말 진심으로 내놓은 정책이란 말인가?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라며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저출생 원인을 일·가정양립과 양육, 주거의 어려움을 3대 핵심 분야로 설정하고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내용을 살펴보면 지금 정책과 별반 큰 차이가 없다. 이미 있던 정책에서 조금씩 더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오랜 기간 저출생 대책 예산을 집행했지만 예산의 87%는 양육지원에 쓰고 있었고,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예방사업과 같이 직접적이지 않은 예산까지 포함되어 있다.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연구는커녕 민생에 대한 현실감각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2023년 진주여성회에서 실시한 성평등실태조사에서 20대 여성들의 대부분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를 돌봄과 가사노동의 가중이라 답했다. 가정에서 여성의 노동을 인정하지 않고, 여성에게 공사영역에 걸친 이중노동을 요구하면서도 공적영역에서는 남성임금의 60%가량을 받고 있는 것이 지금 여성이 처해 있는 현실이다. 일터에서 결혼과 육아는 경력이 아니라 걸림돌이자 차별의 기제가 되고 있다. 마주하고 있는 워킹맘들의 고통이 뻔히 보이기에 결혼이 기피 될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남성들은 생계부양자를 맡아왔고, 그 무게는 적지 않다. 장기간의 노동과 노동현장의 불안전함은 여성보다 높은 급여와 남성다움의 과잉으로 지속해 왔지만 남성들도 한계에 도달해 간다. 노동시장 접근의 어려움과 일터에서 갑질과 차별, 불안전한 미래는 경제활동을 ‘쉬고 있는’ 청년들을 증가시키고 있다. 결국 지금의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결혼과 육아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제안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서의 지원 기간과 급여 확대, 늘봄교실 확대로 인해 돌봄 공백을 채우는 것으로 저출생 현상이 해결되기는 어렵다. 결국 여성들의 육아 전담을 전제로 한 정책은 여성에게 지금처럼 버티라는 요구와 같다. 육아의 사회적 책임은 당연하지만 남성은 여성에게 육아를 맡기거나 사회화를 요구하면 그만이다. 육아가 사회적 책임이 되려면 모든 남성이 최소 5년 이상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던지, 워킹파더로 일터에서의 차별과 일·가정의 양다리를 힘들게 견뎌내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남성도 육아와 모성으로 인한 죄의식, 스트레스, 자기 분열, 경력 포기 경험을 겪어야 육아의 고통에 대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육아와 가사노동을 모든 사람이 가치롭게 인식하고 존중한다면 육아기의 부모들이 우울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받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오래도록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을 이야기해왔지만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최고 권력자들은 모르쇠였다. 진정으로 국가비상사태로 여긴다면, 육아와 가사를 전적으로 여성에게 떠넘기면서도, 여성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여성혐오문화가 일상적인 사회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자존감을 유지하고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주목해야 한다. 저출생은 축적되어 온 성차별의 결과이다. 서로 존중하고, 함께 돌보며, 함께 행복한 성평등한 사회를 향한 전환이 절실하다. 단기적이고 파편적인 대책이 아니라 뿌리 깊은 차별을 제거하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개혁이 필요할 때다.
* 여성칼럼은 전옥희 경남여성연대 대표이자 진주여성회 대표가 경남일보에 기고하는 글입니다.
[여성칼럼]저출생, 대책은 성평등!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라며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저출생 원인을 일·가정양립과 양육, 주거의 어려움을 3대 핵심 분야로 설정하고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내용을 살펴보면 지금 정책과 별반 큰 차이가 없다. 이미 있던 정책에서 조금씩 더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오랜 기간 저출생 대책 예산을 집행했지만 예산의 87%는 양육지원에 쓰고 있었고,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예방사업과 같이 직접적이지 않은 예산까지 포함되어 있다.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연구는커녕 민생에 대한 현실감각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2023년 진주여성회에서 실시한 성평등실태조사에서 20대 여성들의 대부분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를 돌봄과 가사노동의 가중이라 답했다. 가정에서 여성의 노동을 인정하지 않고, 여성에게 공사영역에 걸친 이중노동을 요구하면서도 공적영역에서는 남성임금의 60%가량을 받고 있는 것이 지금 여성이 처해 있는 현실이다. 일터에서 결혼과 육아는 경력이 아니라 걸림돌이자 차별의 기제가 되고 있다. 마주하고 있는 워킹맘들의 고통이 뻔히 보이기에 결혼이 기피 될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남성들은 생계부양자를 맡아왔고, 그 무게는 적지 않다. 장기간의 노동과 노동현장의 불안전함은 여성보다 높은 급여와 남성다움의 과잉으로 지속해 왔지만 남성들도 한계에 도달해 간다. 노동시장 접근의 어려움과 일터에서 갑질과 차별, 불안전한 미래는 경제활동을 ‘쉬고 있는’ 청년들을 증가시키고 있다. 결국 지금의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결혼과 육아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제안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서의 지원 기간과 급여 확대, 늘봄교실 확대로 인해 돌봄 공백을 채우는 것으로 저출생 현상이 해결되기는 어렵다. 결국 여성들의 육아 전담을 전제로 한 정책은 여성에게 지금처럼 버티라는 요구와 같다. 육아의 사회적 책임은 당연하지만 남성은 여성에게 육아를 맡기거나 사회화를 요구하면 그만이다. 육아가 사회적 책임이 되려면 모든 남성이 최소 5년 이상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던지, 워킹파더로 일터에서의 차별과 일·가정의 양다리를 힘들게 견뎌내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남성도 육아와 모성으로 인한 죄의식, 스트레스, 자기 분열, 경력 포기 경험을 겪어야 육아의 고통에 대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육아와 가사노동을 모든 사람이 가치롭게 인식하고 존중한다면 육아기의 부모들이 우울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받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오래도록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을 이야기해왔지만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최고 권력자들은 모르쇠였다. 진정으로 국가비상사태로 여긴다면, 육아와 가사를 전적으로 여성에게 떠넘기면서도, 여성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여성혐오문화가 일상적인 사회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자존감을 유지하고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주목해야 한다. 저출생은 축적되어 온 성차별의 결과이다. 서로 존중하고, 함께 돌보며, 함께 행복한 성평등한 사회를 향한 전환이 절실하다. 단기적이고 파편적인 대책이 아니라 뿌리 깊은 차별을 제거하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개혁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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